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기 직장은 바뀌기 마련이죠. 반대로 어떤 직장이 인기가 있느냐에 따라 그 시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데요. 사람들은 직장을 고를 때 연봉, 워라밸, 안정성, 복지, 성장성 등 많은 요소가 고려합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7급 공무원 중 가고 싶은 곳을 투표하는 흥미로운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삼성전자 vs 7급 공무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 작성자는 둘 중 어떤 곳을 선택 할 것 같은지 질문을 던지며 설문을 유도했는데요. 삼성전자는 높은 연봉과 복지를 상징한다면 7급 공무원은 높은 안정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총 504명이었습니다. 이 중 삼성전자를 택한 사람들이 266표로 52.8%, 7급 공무원을 선택한 사람들이 238표로 47.2%였습니다. 아주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삼성전자를 택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2년 전 결과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인데요. 같은 커뮤니티에서 2년 전에도 유사한 투표가 올라왔었고, 당시 참여한 인원 총 412명 중 무려 283명(68.7%)이나 7급 공무원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이 2년 사이에 뒤집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2년 사이 결과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올라온 투표의 댓글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를 택한 이유가 연봉 때문이라는 이유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 1년 있다가 7급으로 왔는데 급여가 너무 적다”, “무조건 삼전”, “평범한 집이면 삼성, 집이 좀 살면 7급”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만, 일부는 “돈 걱정 안하면 7급 가야지. 나이 먹고 편하게 다닐 수 있다”, “가치관 차이”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은 수 년 전만 해도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며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무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국가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을 살펴보면 2018년 41대 1이었던 9급 공무원 경쟁률은 2022년 29.2 대 1로 내려왔습니다. 7급 공무원 경쟁률 역시 2016년 76.7대 1에서 2022년 42.7 대 1로 내려와 4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했는데요. 과거에는 걱정 없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안정성과 연금, 워라벨 등의 이점으로 공무원이 상당히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사기업에 비해 낮은 연봉과 공무원 연금 제도 개편 등으로 인기가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공무원과 사기업 간에 연봉 차이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7급 공무원 1호봉의 월 기본급은 192만 9,500원입니다. 여기에 각종 수당을 고려하면 월 250만 원에 연봉은 3,800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3월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이 4,450만 원에서 4,800만 원으로 올랐으며, 최근 또 5,15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여기에 초과이익성과급과 같은 각 종 인센티브와 수당을 포함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신입사원은 연봉으로 9,000만 원 수준을 얻게 됩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자기 계발 지원, 식비와 출퇴근 버스까지 지원해주는 복지 혜택을 제공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직무별 특성을 고려한 유연근무제도의 도입으로 이전에 비해 ‘워라밸’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무원의 경우 임금이 낮더라도 높은 연금이 꾸준히 나온다는 이유로 인기가 높았는데요. 실제로 공무원의 연금은 지난해 기준 평균 239만 원이었습니다. 반면 직장인의 경우 받게 되는 국민연금의 1인 평균 지급액은 55만 원 입니다. 연금만큼은 공무원이 압도적으로 많기는 한데요.
그러나 최근에는 높은 연금이라는 메리트 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2016년 이후 공무원 연금의 본인 기여금은 7%에서 9%로 올라간 반면 지급률은 1.9%에서 1.7%로 하향조정 됐습니다. 아울러 현 정부에서도 연금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공무원의 업무 강도는 점점 높아지는 반면, 사기업과의 연봉 격차가 벌어지고 연금 혜택 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 탓에 공무원을 포기하고 다른 직장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