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그렇게 무섭나” 40대 의사에게 41억 털어간 ‘악마의 수법’이 공개됐다

출처 : 뉴시스

최근 수도권의 40대 중반 의사가 검사의 전화를 받고 한 달 동안 총 41억 원 규모의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의사가 받은 검사의 전화는 실제 검사가 건 전화가 아닌 보이스피싱이었는데요. 40대 중반 의사라면 사회 경험도 했을 나이고, 나름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출처 : 경찰청

지난 23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건은 스스로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 검사라고 소개하는 낯선 목소리의 전화에서 시작됐습니다. “A씨 되시죠?”라며 전화를 건 사람은 피해자 이름을 알고 있었습니다. A씨는 이름뿐만 아니라 일하는 위치까지 알고 있는 ‘검사’의 강압적인 목소리에 위축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는 시키는 대로 ‘검사’를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했습니다. 카카오톡 프로필엔 검찰청 이미지가 있었고, 대화가 시작되자 ‘검사’는 검사 공무원증을 보내왔습니다. ‘검사’는 ○○○이라는 보이스피싱 범인이 A씨의 계좌를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용으로 썼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경찰청

이어 A씨 앞으로 들어온 고소장만 이미 70여장이라며, 그 중 한 건을 카카오톡으로 보냈습니다. 이어 ‘검사’는 “A씨 자산이 정상자금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 수사하고, 협조 잘하면 카카오톡 약식조사로 갈음하겠다“라고 전달했는데요.

그는 약식조사는 카카오톡으로 진술하고 A씨의 계좌 확인에만 협조하면 된다며 위조한 구속영장과 공문을 카카오톡으로 보냈습니다. 참고로 실제 검찰 등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약식조사 및 구속영장을 보내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출처 : SBS Plus ‘세상의 모든 사건 지구 in’

겁에 질린 A씨가 협조하겠다고 하자 ‘검사’는 카카오톡으로 링크를 보냈습니다. ‘검사’는 해당 링크를 보안프로그램 설치 링크라고 했는데요. A씨가 링크를 누르자 악성앱 설치와 함께 ‘강수강발'(강제 수신 강제 발신) 기능도 함께 설치됐습니다.

출처 : SBS Plus ‘세상의 모든 사건 지구 in’

강수강발은 경찰과 검찰, 금감원, 은행 등 어디로 전화를 걸어도 범죄조직이 전화를 받게 되고, 범죄조직이 피해자에게 거는 전화가 이런 기관들의 정상 전화번호로 표시되는 기능입니다. 즉, A씨가 벗어나지 못하도록 범죄조직이 만든 거짓 환경 속에 그를 가둔 것입니다.

출처 : SBS Plus ‘세상의 모든 사건 지구 in’

한편,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SBS Plus ‘세상의 모든 사건 지구 in’에 출연해 ‘강수강발’에 대해 조언을 한적이 있는데요. 그는 ‘강수강발’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도록 의심스러운 링크를 절대 클릭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강수강발’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으로 의심될 경우 휴대전화를 끄거나 비행기 모드로 바꾼 후 경찰에 가서 점검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앱이 설치된 것을 확인하자 ‘검사’는 전화번호를 주며 금감원 직원에게도 자금세탁 여부를 확인해 보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거니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또다른 조직원이 전화를 받았고 A씨에게 “계좌가 자금세탁에 활용된 게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후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는데요. ‘검찰수사관’ 역할을 맡은 조직원은 A씨에게 대출을 해서 실제 출금해야 명의가 범행에 연루됐는지 알 수 있다며 대출 받은 돈을 전달하라고 지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범죄 연관성이 없으면 모든 돈을 돌려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 시키기도 했습니다.

또한 예·적금, 보험 등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며 해약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검찰수사관’의 지시에 따라 여러 은행 지점을 돌며 현금을 인출했습니다. 한번에 거액의 돈을 출금하는 A씨에게 은행 창구 직원이 현금 사용 목적을 물었지만 범죄조직이 미리 알려준 대로 “직원 월급으로 지급할 거다“라고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현금을 모두 인출한 A씨는 금감원 직원이라고 사칭한 현금수거책을 만나 현금을 전달했습니다. 또한 범죄조직에 돈을 계좌이체하고, 가상자산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런 방식으로 A씨는 3주 만에 41억원을 뜯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액인데요.

범죄조직은 구속 등의 강압적인 목소리와 위조된 검사 신분증과 구속영장, ‘강수강발’ 등 여러가지 장치로 피해자를 완전히 속였으며 “비밀 유지를 해야한다”며 입단속도 철저히 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A씨는 한달간 주변인에게 상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A씨는 뒤늦게 보이스피싱임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41억 원의 피해를 본 상태였습니다.

출처 : 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범죄조직원을 검사라고 믿으며, 완전히 심리적으로 지배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청은 “의사·연구원·보험회사 직원 등 직업과 학력 등과 무관하게 언제든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수사기관은 영장이나 공문서를 절대 사회관계망서비스나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오는 링크를 눌렀다가 악성 앱이 설치될 수 있으니 절대 눌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