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돈 스파이크가 마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는데요. 연예계에서 이처럼 마약 투약 의혹을 받거나 사실이 확인돼 처벌 받는 등의 사례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흥행하면서 한국 마약왕 조봉행씨의 일화가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마약청정국으로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이렇게 마약과 관련된 사건이 계속 벌어지는 것일까요?
최근 4년 사이 국내에서 일본 야쿠자·중국 삼합회·러시아 마피아 등 국제 범죄조직과 연계된 마약 범죄가 급증했습니다. 국제 범죄조직들이 국내 밀반입·유통 시장을 확장해 한국을 마약 거래의 ‘거점’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인데요. 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고수익 시장이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필로폰 등의 마약류는 한국에서 동남아보다 수배에서 수십배 비싸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필로폰 시세는 동남아에서 1kg당 약 8000달러인데, 국내에서는 1kg당 5만 달러 선으로 6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마약청정국’이었던 한국에서도 최근 인터넷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젊은 층을 비롯해 마약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마약 안전지대’라고 인식되고 있어, 각국 세관 당국이 ‘한국에서 출발한 화물은 충분한 검색을 했고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국제 마약조직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린다“면서 “국제 마약조직들은 마약을 우리나라에 가져다놓고 호주·일본 등 대형 시장으로 유통시킨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약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일부를 국내에 풀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보·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류는 무려 1295kg으로 2020년 321kg에서 4배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154kg이 적발된 2017년과 비교하면 8배로 급증한 수치인데요. 필로폰 1회 투여량이 0.03g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마약 종류에 따라 수백만에서 수천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금액만으로도 4500억 원 상당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마약 사범 역시 증가했는데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만명대입니다. 2017년 932명이던 국내 체류 외국인 마약 사범 수도 지난해 2339명으로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국내 마약 유통 시도가 증가하고, 온라인에서 거래가 쉽게 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인터넷 거래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연예인, 일반인 할 것 없이 마약을 손쉽게 구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마약 범죄 피의자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초범이 단속에 적발된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10~30대 마약사범은 2019년 1566명(48.9%)에서 2020년 1769명(51.2%), 2021년 1839명(58.9%)으로 늘어났습니다. 전체 마약사범 중 초범은 2019년 1751명(74%)에서 2020년 1960명(74.6%), 2021년 1962명(75.8%)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국정원 등에 따르면, 과거 국제 마약조직들은 운반책이 마약을 직접 몸속에 숨겨 국내로 들어왔는데요. 그러나 최근에는 마약을 정식 수출입 화물에 교묘히 숨겨 국내에 밀반입한 후 국내에 유통하거나 제3국으로 밀반출하며 ‘원산지 세탁’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제우편(EMS)·특송 화물을 악용한 마약 밀반입 수법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 3월에는 국제우편을 이용해 모발 영양 크림에 케타민(마취제 일종) 979g을 은닉했다가 걸렸고, 입욕제에 필로폰 4000g을 숨겨 국제우편으로 들여오다가 적발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통조림 안에 비닐에 싼 대마초를 감추거나 필로폰을 땅콩 꼬투리나 인형 속에 숨기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마약류는 냄새가 독특해 탐지견에게 쉽게 발각되는데요. 이를 피하기 위해서 향이 진한 모발 영양 크림이나, 입욕제 등에 감추려고 한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부산 세관에서는 멕시코발 해상 화물을 통해 헬리컬 기어(항공기 부품)에 필로폰 403kg이 숨겨진 것이 적발되었습니다. 올해 5월에는 태국발 국제우편을 통해 보낸 불상에서 마약이 적발되었습니다. 불상 안에는 합성 마약인 야바가 1만9968정 들어 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거물급 한국인 마약사범들이 지속적으로 체포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지난해 동남아 등지에서 도피생활을 하며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해온 핵심 마약범들인 ‘동남아 벨트 한국인 마약왕 5인방’이 모두 붙잡혔습니다. 여기에 이들의 윗선이기도 한 ‘사라 김’이 지난 7월 베트남에서 검거되면서 국내로 송환되었습니다.
이로써 ‘텔레그램 마약왕’ 박모씨, ‘탈북 마약왕’ 최모씨, ‘아시아 마약왕’ 호모씨, 캄보디아 송모씨 등 지난 3년 사이 거물급 마약 조직 총책 6명이 잇달아 검거 되었습니다. 드라마 ‘수리남’의 실존 인물인 마약왕 조봉행씨 역시 2009년에 국제 공조로 붙잡혔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송환돼 국내 사법 당국에 넘겨졌는데요. 다만, ‘전 세계’라고 불린 ‘텔레그램 마약왕’ 박씨는 국정원 등 한국 당국과의 공조 작전으로 잡혔지만 현지에서 3명의 한국인 살해죄도 있어 징역 60년 형을 받아 필리핀 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살고 있습니다. 한편, 그는 과거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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