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드라마 중에는 하나의 장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막장 드라마’가 꽤 많은데요. ‘막장 드라마’는 재미 요소를 더하기 위해 현실성은 없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을 집어 넣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은 하나의 ‘밈(Meme)’이 되어 온라인 상에서 퍼지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인 밈으로 전세계인을 놀라게 한 ‘김치 싸대기’가 있습니다.

김치 싸대기 신(scene)은 MBC 드라마 ‘모두 다 김치’에서 등장했는데요. 해당 장면은 여자 주인공의 엄마(이효춘 분)가 막말을 서슴지 않는 사위(원기준 분)를 향해 비닐봉지에서 갓 꺼낸 김치로 싸대기를 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화가 난 등장인물이 상대 배우의 뺨을 때리거나 얼굴에 물이나 음료수를 뿌리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얼굴을 김치로 내려치는 장면은 처음이었는데요. 빨간 양념이 가득 묻은 배추가 철썩이는 소리와 함께 남자 배우의 얼굴과 목에 묵직한 타격을 주는 장면은 그야말로 ‘막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밈이 되어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는데요.

덕분에 해당 드라마는 모르더라도 김치 싸대기 장면은 아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인데요. 김치 싸대기 장면을 패러디하는 영상들도 생겨났으며, 심지어 미국 네티즌들에게까지 인기를 끄는 ‘밈’이 되었습니다.이렇듯 김치 싸대기 장면은 한국 막장 드라마 역사상 역대급 장면으로 손꼽히는데요.

하지만 정작 김치 싸대기를 직격으로 맞으며 연기해야 했던 배우 원기준은 그 장면을 촬영하던 순간이 악몽과도 같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원기준은 지난 26일 일일 드라마의 황태자들을 주제로 방송된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그가 등장한 막장 드라마의 뒷이야기를 밝혔습니다.
그는 김치 싸대기 신에 대해 “한국 드라마 따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 같다. 대본에는 ‘김치로 때린다’ 정도만 적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효준 선생님이 김치를 제 가슴팍에 흔들면서 ‘우리 딸 김치가 어때서?’ 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감독님이 ‘그냥 싸대기를 한 대 날리시죠’ 하더라. 시원하게 때리자고 해서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이렇게까지 회자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완전히 묵어 쉬어버린 김치였다”며 “심지어 이효춘 선생님이 국물을 많이 묻혀서 때리셨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고춧가루가 눈, 코, 귀에 들어가 밤새 두통에 시달렸다. 귀에 다 들어간 고춧가루를 빼내기 위해 면봉 두 통을 다 썼다“고 털어놓으며 악몽 같았던 당시 상황을 털어 놓았습니다.
이어 “협찬 받은 김치였는데, 4개월 정도 제작사 사무실에 보관했다. (숙성돼서) 봉지가 빵빵해진 상태였다. 김치가 맛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한편 원기준은 1994년 SBS 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는데요. 드라마 ‘주몽'(2006), ‘식객'(2008), ‘구암 허준'(2013), ‘모두 다 김치'(2014) 등에 출연했습니다.

이렇듯 막장 드라마는 작품성과 현실성이 떨어져 작품 자체가 비난을 받기도 하고 촬영 배우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SBS ‘펜트하우스’, MBC ‘왔다 장보리’의 사례처럼 막장 드라마는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받고, 시청률도 높은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막장드라마는) 마치 스포츠를 보는 것과 같다“며 “어떤 식으로 전개할 것이며,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짐작하는 상황에서 작품의 완성도나 참신성을 기대하지 않고 그냥 그 자체를 즐기기 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막장드라마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카타르시스’인데요. 과거 KBS에서 방영한 인기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이혼소송 중인 부부의 실화를 다룬 작품인데 방송 관계자들은 ‘사랑과 전쟁’에 들어오는 사연이 너무 ‘막장’이라 순화시켜 드라마로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즉, 이렇게 막장보다 더 막장 같은 현실의 답답함은 쉽게 풀리지 않지만 드라마에서는 쉽게 풀 수 있는 것입니다. 막장 사회 속에서 시청자들은 막장드라마를 통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주인공들의 악인에 대한 ‘단죄’와 ‘권선징악’의 결론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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