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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수직 때려치고 콘돔 회사 차린 여성이 들어야 했던 말

콘돔은 건강한 성문화를 위해 정말 필수적인 용품인데요.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콘돔을 구매할 때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여성이 직접 콘돔을 구매하는 경우는 더욱 찾아보기 힘든데요. 2017년 기준 국내 콘돔 사용률은 OECD 최하위이며, 국내 콘돔 시장에서 여성이 콘돔을 구매한 비율은 1%에 불과합니다.

콘돔은 남성을 위한 제품일까요 아니면 여성을 위한 제품일까요? ‘콘돔은 여성을 위한 제품이다’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차린 여성 CEO가 있는데요. 바로 세이브앤코의 박지원 대표입니다. 박지원 대표는 교수직까지 때려치며 콘돔 회사를 창업하게 됐는데요. 박지원 대표가 콘돔 회사를 차리게 된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박지원 대표는 미국 택사스대의 디자인학과 교수였습니다. 박지원 대표는 늘 디자인과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그러다보니 본인의 수업에서도 학생들에게 사회문제를 해결할만한 디자인 아이디어라는 과제를 냈습니다.

여기서 한 여학생의 과제 발표가 박지원 대표에게 큰 영감을 주게 되는데요. 여학생은 금요일마다 파티가 많이 열리는 거리에 ‘세이프 섹스’라는 조형물을 만들어 콘돔을 공짜로 가져가게 하자는 내용을 발표합니다.

“발표를 들으면서 (교수로서) 콘돔에 대한 주제로 어떻게 얘기해야할지 부끄럽고 민망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데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발표를 듣고 있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는데요. “20대 후반까지 콘돔을 직접 구매한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었고, 저 같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박지원 대표는 콘돔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보게 되었고, 여성에게 좋은 성분으로 만들어진 콘돔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여성 건강을 생각한 콘돔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하고 영어로 편견(BIAS)을 거꾸로한 세이브(SAIB)라는 이름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여성 CEO가 콘돔을 판매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소리는 물론 온갖 편견과 성희롱이 담긴 악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그는 창업 초기 콘돔 제조공장을 돌아다니며 향료나 유해 성분을 빼달라고 했는데요. 돌아오는 반응은 젊은 여자애가 뭘안다고 그러냐라는 말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콘돔은 성인용품이다라는 잘못된 인식과 색안경 때문에 브랜드도 ‘인티메이트 코스메틱’이라는 용어를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성이 성과 관련된 회사를 창업했다는 이유로 악플도 수도 없이 받아야 했는데요. “그래~ 밝히게 생겼네”, “얼마나 많이 해봤으면 저런 사업을 하냐”, “너랑 한번 테스트 해보자” 등 성희롱이 담긴 악플도 상당히 많이 받았습니다. 또한 펨테크(Femtech·여성을 위한 기술) 회사라는 이유 때문에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악플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자가 콘돔 안산다”라며 망할거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많이 들어야 했는데요. 실제로 국내 여성의 콘돔 구매 비율은 1%로 상당히 낮았기 때문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콘돔을 안 사본 사람을 사게 만드는 일인만큼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각오했다. 어려운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이다.”라고 박지원 대표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그는 중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양호교사 모임에서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를 거부한 것은 오히려 학교측이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콘돔을 나눠주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기 쉽지 않은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여성을 위한 좋은 콘돔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여성의 몸에 들어가는 제품인만큼 건강을 생각하기 위해 향료, 색소, 발암물질 등의 유해 성분을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세이브에서 만든 다른 제품인 여성 윤활제에도 여성의 질 건강에 좋은 원료를 넣으며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조금 더 개방적인 문화와 성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상황도 차츰 나아지고 있습니다. 박지원 대표는 “한국의 콘돔 사용률이 낮아서 한국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작은 것”이라며 “여성 소비자가 들어와서 시장이 같이 커져야 한다”며 콘돔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밝혔습니다.

박지원 대표가 창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08년 이화여대 시각디자인학과 4학년 때 첫 창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당시 디자인 회사 ‘데어즈’를 공동 창업했었습니다. 이후 두번째 창업으로 ‘이 분의 일’이라는 기부 플랫폼 회사를 공동 창업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중도에 그만두게 되어 항상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 분의 일’ 은 현재 다양한 스타트업 대표들을 창출해낸 팀이 되었습니다. P2P 핀테크 업체 렌딧의 김성준 대표, 김서준 해시드 대표, 취미 플랫폼 프립의 임수열 대표도 모두 ‘이 분의 일’ 멤버였습니다.

박지원 대표는 친인척 중에 사업가가 하나도 없고 디자이너 출신이다보니 3번째 창업이었던 콘돔 사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는 “제조, 유통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너무 어려운 영역이었다”고 회고 했습니다. “그래도 하나씩 도전하고 이루어나가는 것이 보람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디자이너 출신답게 문제가 있으면 이를 개선해야되는 성격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성격이 결국 수차례 창업가의 길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세이브앤코는 50개국 5000여개 기업이 참여한 제7회 세계 여성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독일, 미국, 이탈리아 등 세계 3대 어워드를 포함하여 총 16곳의 디자인 어워드를 휩쓸기도 했는데요. 누적 판매량은 76만 개를 돌파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아마존 입점을 계획중이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 K콘돔을 세계적으로도 판매할 예정입니다. 박지원 대표가 국내외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건강한 성문화가 자리잡는데 이바지 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